이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정물화는 과일과 꽃들이 풍성하게 어우러진 수확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하고 있다. 탐스러운 포도, 잘 익은 복숭아, 반으로 쪼개진 석류의 루비빛 씨앗들, 그리고 매끄러운 자두가 석상 테이블 위에 섬세하게 놓여 있으며, 정교하게 피어난 꽃들과 어우러지고 있다. 잎사귀들은 자연스럽게 말리고 구부러져, 만질 수 있을 듯한 질감을 자아낸다. 배경에는 천사를 조각한 오래된 꽃병이 조용히 자리 잡아 따뜻하고 영원한 분위기를 더한다. 순백의 나비가 활활 타오르는 양귀비 꽃 주변을 날아다니며 정적인 장면에 짧은 생기를 불어넣는다. 구도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복잡하며, 덩굴과 과일의 곡선이 시선을 유도한다.

화가는 정교하면서도 부드러운 붓질로 정밀함과 화가 특유의 감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색채 팔레트는 대지의 색조, 짙은 녹색, 햇살 가득한 노랑, 그리고 생동감 넘치는 붉은색과 파랑이 조화를 이루며 계절의 풍성함과 자연의 덧없음을 불러일으킨다. 감상자는 따뜻함과 달콤함, 그리고 자연의 순환에서 오는 조용한 울림에 빠져들게 된다. 18세기 초 네덜란드 황금 시대 전통에 바탕을 둔 이 작품은 당시 자연미와 상징성에 대한 관심을 일상 과일과 꽃들을 통해 찬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