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로 돌아가기

작품 감상
이 차분한 목판화는 고요한 수면 위에 전통의 도리이가 조용히 떠 있는 밤 장면을 담아내고 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들이 주변을 감싸며 건축적 요소와 자연의 유동성을 완벽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잔잔한 물에 비친 도리이의 반영은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먼 산의 실루엣이 깊은 평온함과 사색적인 분위기를 전달한다. 전경의 석등에서 발하는 따스한 빛은 차가운 청색조와 대조를 이루며 관람자에게 이 고요한 순간에 머무르도록 초대한다.
작가는 특히 물과 하늘의 짙은 청색에서 옅은 청록색으로 부드럽게 변하는 색채 구사에 뛰어난 솜씨를 보이며, 섬세한 선묘로 도리이와 소나무 가지, 석등의 형태를 정교하게 표현해 색감과 조화를 이룬다. 1920년대 작품으로, 전통적인 우키요에가 현대적 감성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고요한 풍경을 문화적 상징과 별이 빛나는 밤의 덧없는 아름다움으로 시적으로 승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