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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감상
1925년에 완성된 이 자화상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사색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이마가 넓고 반백 머리를 가진 중년 남성의 인물이 살짝 몸을 돌려 관객을 응시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붓질은 부드럽지만 신중하며, 부드러운 윤곽과 단단한 형태가 어우러져 거의 촉각적인 존재감을 자아냅니다. 이마와 광대뼈에 빛이 반사되어 엄숙하지만 침착한 표정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색조는 주로 어두운 갈색과 회색을 중심으로 따뜻한 황토색과 은은한 녹색이 배경에서 어우러져 침잠된 친밀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구성은 다소 조밀하고 통제되어 있으며, 어두운 배경은 감정의 깊이를 강조하며 초점이 인물의 얼굴과 자세에만 집중되도록 합니다. 단색에 가까운 배경 선택은 심리적 무게를 전해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화가 내면의 세계를 성찰하게 만듭니다. 부드러운 명암의 흐름은 입체감을 주며, 정중하지만 살짝 돌린 자세는 형식미와 개인적 취약성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전간기에 제작된 이 작품은 고전적 초상화 기법에 현대적 감각이 은근히 녹아든, 화가의 인물 표현에 대한 뛰어난 경지를 보여줍니다.